창립선언문


소통과 연대가 있는 제주를 향해
  • 지금 제주 사회는 돌아봄과 기회의 시간이 함께 주어졌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핵심과제로 ‘규제 자유화’가 추진되면서, 풀뿌리 자치 권한과 참여의 공간이 줄어들고, 제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주체적 의사 결정의 권리는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과거 제주가 독립된 섬/땅의 역사를 쓰고, 제주 섬에 사람의 흔적을 하나 둘씩 새겨 온 지도 어느덧 일만년이라는 시간을 훌쩍 뛰어넘고 있습니다. 새 하늘을 꿈꾸며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국가로서 해양문명의 소통 역할을 했던 탐라국은 오늘날 제주문명의 기본으로, 제주정신의 주추로서 제주인의 정신세계와 유전자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제주인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흘러갔는가? 이 섬 땅에서 탯줄을 자르고 불살라 앞 바당에 흩뿌리며 생존을 위해 넘나들었던 바닷길은 지금 어디로 향해 흐르고 있는가?
    중앙 복속에 대항하는 수평적 인간계를 지향했던 제주신화의 세계는 자존을 위한 정신의 자양분으로 남아 좀녀와 젊은 지성들의 열정으로, 민중들의 집단적 몸짓으로, 오름 마다 봉화로 솟구쳐 오르기도 했습니다. 거리마다 하얀 억새꽃 무더기로 희망의 땀 내음을 피워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풀뿌리가 서로 뒤엉켜 서로를 지켜주던 공생을 위한 우리 몸의 움직임은, 생명의 보고 바당을 지키려 했던 탑동매립투쟁, 제주 섬을 영원한 평화의 고향으로 가꾸기 위한 바람의 땅 대정 알뜨르의 함성으로 살아 꿈틀거리며 오늘의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얼기설기 매듭지워진 세상살이는 삶의 가치와 무게를 돈으로 바꾸어, 한미FTA, 공공성의 사유화, 제주도군사기지라는 칼바람의 틈바구니에서 돈을 위해 탐라의 자존을 꺾어라 강요합니다. 이제 제주인의 혼이 담긴 덕판배에 생명의 돛을 펼치고 풀뿌리자치권한이라는 키를 부여잡아 폭풍치는 대양을 건너 희망과 생존을 찾아야 하는 시기입니다. 제주공동체가 지켜온 나눔의 덕목을 계승하여 이를 도민의 삶의 가치와 철학으로 승화시켜나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위기의 땅 제주는 역사와 문화의 마당에 건강한 환경과 평화가 살아있고, 땀 흘려 일하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 받는 기회의 땅 제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제주대안연구공동체는 성실한 사람이 잘 사는 정의로운 사회기풍을 진작하는데 앞장 서 대안적인 정책을 생산하고, 이를 제주사회에 실현해나가기 위해 시민사회, 학계, 민중진영의 양심적인 지식인 등이 모두 모여 제주 사회의 현안을 분석하고, 지식과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며, 소통과 연대를 통해 제주인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 공공성의 정착에 진력할 것입니다.

  • 2008년 7월

  • 사)제주대안연구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