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제 목 『기억의 공간』에서 『공간의 생산』으로 (이재섭)
글쓴이 관리자
파일

작성일 2017-05-08 21:57:51

1. 두꺼운 노란색의 표지가 인상적인 기억의 공간책을 손에 쥔 진 이후 계절이 한 번 바뀌었다. 매주 만나 책의 내용을 나누고, 두꺼운 분량의 책을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한 겨울방학의 기대만큼 순조롭지는 못했지만, 개강 이후에도 손에서 놓지 않은공간의 생산을 마저 읽고, ‘기억공간’, 그리고 생산에 얽힌 사회적 의미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제주에서 학문적 고민을 함께 하는 이들이 모여 서로의 고민과 질문을 나눌 수 있었다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사회학에 대해 폭넓은 저변을 갖추지 못했기에, 책을 읽어내는 일도, 제주 사회에 적용해 보는 일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때로는 의미없는 읽기인양,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묵묵히 읽어 내려가는 일도 허다했지만 무조건적인 텍스트 읽기는 제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폭넓게 해 주었으며, 관심을 두던 학문적 주제들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소양을 마련해 주었다.

2. 지난 시간들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하고, 얼마나 빈틈이 없을까? 대개 우리들의 기억이라는 것은 우리의 자아를 손상시키지 않는 범주 내에서 왜곡되고, 변형된 것들이다. 이는 개인의 기억 뿐 아니라 사회의 기억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기록된 역사 또한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다. 기억에 의해 쓰여진 역사라면 기록물 또한 왜곡되고 변형되기 마련이다. 사회적 기억의 퍼즐마추기! 제주에서는 잊혀진 이야기, 그러나 반드시 이어놓아야 하는 그런 사회적 기억의 회복 문제가 놓여 있다. 사회적 기억을 회복하고, 단절된 기억을 되돌리는 일. 그리고 그 기억을 오래도록 잊히지 않도록 만드는 기억의 공간을 생성하는 일은 잊혀진 역사를 다시 쓰는 일 이상으로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파괴적인 정신적 기제, 집단적 트라우마로 덮인 섬 제주. 몸에 저장된 기억이 의식에 의해 전적으로 단절된 상태. 제주야 말로 국가적 폭력에 의한 수많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적 기억의 재구성을 해야 하며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3. 내가 죽고 나면 무덤이 아니라 기념비를 세워 주세요.” 제주에도 수많은 기념물을 만들었다. 4·3을 기억하기 위한 수많은 조형물들과 예술로 형상화된 작품들에서부터 독립 운동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기념탑과 기념물들, 지역의 역사성을 높이는 건축물과 기념탑, 흉상과 이정표, 박물관과 기념관 등 수없이 많은 것들이 홍수가 되어 넘쳐흐른다. 기억을 한다는 것, 기념 한다는 것, 집단이 가진 일련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이후 세대에게 과거의 시간과 상처를 경험하고, 치유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여전히 집단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줄 변변한 공간 하나 생산하지 못하고 지금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제주가 진정한 의미의 집단 거울로서 공간을 생산하기 위해 과연 무엇을 담고, 어떤 의미를 유·무형의 공간에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중략


목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