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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강정 평화에 물들다
글쓴이 연구지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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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9-02 00:00:00



  강정! 평화에 물들다 -제민포럼 칼럼글



                                      현문권 천주교 제주교구신부

8월7일부터 5박 6일 동안 강정마을 주민들은 제주도 평화도보 순례를 가졌다. 말이 순례이지 매일 30도가 넘는 여름날의 타는 뙤약볕과 끓어오르는 아스팔트, 그리고 한여름의 뜨거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받아 안으며 마을 주민들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철회를 위한 마음으로 한걸음씩 제주도 해안선 200Km를 걸었다. 초등학교 어린이부터 칠순 어르신들까지 마을을 지키기 위한 마음을 걸음걸음으로 드러내었다.


 


그 마지막 걸음으로 도지사를 만나기 위하여 도청으로 향하였으나 그들을 반겨준 이들은 도민이 뽑은 도지사가 아닌 수백명의 경찰들이었다.


 


왜 강정마을 사람들은 매일 도청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하고, 그 여름날 뜨거운 햇살 아래서 순례를 하고, 마을 사람들끼리 모여 마을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임을 할까? 그것은 날벼락같이 다가왔던 해군기지가, 국회에서 결정한대로 제주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 복합형 기항지를, 강정만이 아닌 제주지역에서 적합한 곳을 새롭게 정해야 한다고 요청하는 마을사람들의 최소한의 의견표출인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지난해 국회에서 해군기지 예산을 삭감, 승인하면서 부대조건으로 '민군복합형 기항지의 크루즈 선박 공동활용 예비 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집행하도록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해군은 이러한 국회의 결정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이를 해석하고 기지건설 추진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발표를 앞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민군복합형기항지' 용역결과에 대해 과연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왜냐하면 국회의 결정을 무시하면서 국방부와 해군은 KDI에 강정이라는 지역을 기정사실화 하고 해군기지에 크루즈 선박을 끼워넣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 부대조건에 대한 해석이 왜 이렇게 다를까? 법(혹은 규정)의 해석을 올바르게 하기위한 기본적인 요건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법(규정) 조문에 쓰여진 글자 그대로의 의미를 잘 이해하여야 한다. 법에 대한 가장 훌륭한 해석은 바로 법조문에 쓰여진 바로 그 내용이기에 몇 번이고 그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며 천천히 읽어 보아야 한다. 2) 그 법(규정)이 존재하기까지의 과정이 어떤 역사를 지녔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3) 입법권자의 의도를 살펴야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 왜 그 법조문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입법권자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 법을 제정했고 그의 유권적 판단이 어떠한 것인지 살펴야 한다.


 


'민군복합형 기항지의 크루즈 선박 공동활용 예비 타당성 조사 및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집행하도록 결정하도록 한 국회의 부대조건은 그 내용에 있어 단독으로 해군기지라는 내용은 없다. 그리고 강정이라는 단어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부대조건은 제주 해군기지의 찬반 의견이 첨예해지자 그 딜레마를 상쇄하기 위한 과정 안에서 서로 대화와 소통을 위한 조건으로 국회에서 '해군기지'가 아닌 '민군 복합형 기항지'로, 강정마을의 반대운동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롭게 시작되어야 마땅한 사안이다. 마지막으로 부대조건을 달았던 국회의 유권적 해석은 국회 예결위원장의 표현에도 나왔던 것처럼 우선적으로 '민군복합형 기항지 성격을 크루즈 선박이 이용할 수 있는 민항을 기본으로 하고, 해군이 필요한 경우 일시 정박해 주유나 물자 조달 등을 할 수 있는 곳으로 해양경찰의 이용까지 포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권적 해석자도 아닌 행정부의 국방부와 해군, 제주특별자치도가 앞장서며 국회의 결정사항에 자의적 해석으로 제주도민을 혼란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러한 월권으로 인하여 제주의 아름다운 마을 강정은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안에서 강정마을 사람들은 자유와 평화와 생명, 그리고 국민의 권리에 대한 강한 체험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들은 이 뜨거운 여름에 외치고 있다.


 


"강정! 평화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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