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제 목 부자되세요’에서 ‘부자만을 위한 제도’ 만들기
글쓴이 연구지원실
파일

작성일 2008-09-08 00:00:00



부자되세요’에서 ‘부자만을 위한 제도’ 만들기



                                                              이석문 제주대안연구공동체 이사


  IMF환란 때 희망의 말은 한 광고의 카피인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었습니다. 신년덕담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 대신에 ’새해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잘 살아보세’의 또 다른 표현이었던 ‘부자 되세요’ 라는 말은 박정희 신드롬을 낳았고, 이명박 대통령을 당선시킨 문화의 배경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후 10년이 지나 양극화시대가 되버린 지금 ’부자 되세요‘ 란 말은 ’부자될 수 없어요‘란 절망의 언어로 바뀌었습니다.


  사회가 양극화된다는 이야기는 경제력에 따라 사회가 확연히 구분된다는 것입니다. 부자들만이 사는 곳, 부자들만이 다니는 병원, 부자들만이 다니는 학교와 같이 성장기부터 일반 서민과 구분지어 따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부자만을 위한 제도가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아래 추진되고 있습니다. 돈으로 벽을 쌓아 돈이 없으면 그 울타리를 넘보지 못하게 제도적으로 보장해주는 것이 영리법인 병원, 영리법인 학교입니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벌어지고 있는 갈등의 핵심은 부자만을 위한 제도가 ‘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관계가 있는가?’ 과연 ‘제주도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가?’입니다.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무엇보다도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를 논외로 치더라도 정말로 특별법이 개정되면 경제가 활성화될까요?


  골프장 건설과 영어교육도시는 비슷한 출발점을 갖고 있습니다. 골프장 건설은 해외골프관광객을 국내로 돌려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골프장 건설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전국적으로 임야면적의 2%에서 3%로 다시 5%까지 골프장 면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골프장이 건설 중이며 골프장 수가 402개나 되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의 골프장 현황은 운영 중인 곳 24개 승인 9곳 절차 이행 2곳 예정자 지정 1곳 총36곳으로 제주를 빙둘러가면서 곶자왈 지대를 포함한 중산간 지대는 대부분 골프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작년 전국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19.7%상승한데 반해 제주는 29.4% 하락했으며 3년 연속 적자폭이 확대되어 과잉 공급으로 장사할수록 손해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임야면적의 5%까지 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조례제정한 제주도 의회와 도정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인의 해외유학생을 국내로 흡수하여 무역수지 개선과 경제기반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영어교육도시계획이 나왔으며 전국적으로는 영어마을 건설 붐이 일어납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사시절 업적으로 여겨졌던 영어마을 사업은 경기도의 1,100만 인구와 수도권에 2천만 이상이나 되는 인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연간 200억의 적자를 보고 있어 경기도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전국의 거의 모든 지자체가 영어마을을 지었습니다. 영어마을이 제주도에서는 영어교육도시로 바뀌고 이 영어교육도시에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영리법인학교(주식회사 학교), 교육과정의 자율화, 과실송금허용, 부지와 건물의 무상지원 등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국에는 10개의 광역자치단체에 6개의 경제자유구역이 있으며, 기초지방자치단체인 경우 지역특화 발전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지역특구 중 교육특구가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매년 새롭게 교육특구가 지정되고 있어 현재 서울시 중구 영어교육특구, 아산시 국제화교육특구, 천안시 국제화교육특구, 구미시 글로벌교육특구 등 23개의 영어교육 중심의 교육특구가 있습니다. 따라서 제주도의 영어교육도시는 독점도 선점도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제주도는 2011년 개교 목표를 잡고 있지만 파주 영어마을인 경우 적자를 매우기위해 영어교육특구로 지정받고 제주도와 같은 제도를 갖출 경우 기반시설이 이루어져있어 제주도보다 학생 모집을 빨리 할 수 있습니다. 즉 제주의 영어교육도시는 실속은 없고 천 만원 이상 수업료를 지불할 수 있는 부자만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데 앞장섰지만 골프장과 같이 적자구조가 될 것입니다.



호접란사업, 컨벤션센터, 월드컵경기장 등은 수십 억원에서 수백 억원의 누적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적자 사업은 포기하거나 다른 사업구조와 연계 속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도를 바꾸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인 것입니다.


 실례로 도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으며, 재정 지원도 줄어들고 있는 기초단체를 없앤 행정 계층 구조의 단층화입니다. 다시 기초단체의 부활이 쉽지 않은 것처럼 이번 제주도 특별볍에서 교육부문의 제도를 일단 바꾸면 다시는 돌이킬 수없는 상황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이번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에 있는 교육부문은 제도를 바꾸는 것이며, 광역자치단체에 있는 6개의 경제자유구역, 기초자치단체에 있는 23개의 교육특구에 그대로 적용될 것이며 그 결과 전국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김태환 도정이 추진하려는 영어교육도시는 일부 건설업체와 주변 토지주 몇 명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적자구조일 수 밖에 없는 개발 사업이며 제도적으로는 돈으로 교육기회의 장벽을 쌓겠다는 것입니다.


 


올해 수업료를 내지 못하는 제주지역 고교생 수가 전체 학생의 5.25%로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가칭)이도중학교 부지매입비 부담금 42억도 돈이 없다고 내놓지 않는 김태환 도정입니다. 영어교육도시의 적자가 계속되었을 때 그 부담은 전적으로 도민의 몫입니다.



‘잘살아보세’가 ‘잘 살수 없어요’로 바뀌고, ‘부자되세요’가 ‘부자될 수 없어요’ 라는 절망의 언어로 바뀌어버린 양극화 시대에 부자만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데 진력하는 도정은 방향을 잘못잡고 있습니다. 부의 세습만이 아니라 학력의 세습를 보장하며 돈으로 벽을 쌓아 차별하는 것은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김태환 도정은 부자만을 위한 교육부문 개정안 추진을 당장 중지 해야 할 것입니다. 김태환 도정은 1% 부자만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전체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김태환 도정은 정책을 베끼거나 중앙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도민의 갈등을 더 이상 부추겨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 태환 도정은 제주도만이 갖고 있는 장점인 ‘물’을 중심에 두고 제주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같이 제주도의 내재적 가치를 찾아내 제주도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목 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