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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망국으로 가는 언론장악
글쓴이 연구지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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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8-09-08 00:00:00



망국으로 가는 언론장악


                                   김현돈 제주대 철학과 교수


                                        (사)제주대안연구공동체 원장



오늘 우리에게 남아있는 마지막 일과는/저 안방의 거울 앞으로 돌아가/쓰다 남은 일기나 다시 써나가는 일이다/달을 보고도 달이라 못 부르고/끝내 달을 해라고 농해야 하는 범죄의 대열에 가담하여/하루를 욕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남아있는 마지막 일과는/중학시절의 공민교과서 앞으로 돌아가/먼지 낀 눈자위를 새로이 닦아내는 일이다(하략)


 


'다리'지 1970년 9월호에 실린 '신문기자'라는 시다. '다리'는 그 유명한 김지하의 시


'오적' 필화사건으로 당시 박정희 정권에 의해 폐간된 월간잡지다.


권력의 나팔수가 되어 하루하루 욕된 삶을 이어가는 신문기자의 자조적인 넋두리가 절절하다. 그 때는 그랬다. 농약을 먹고 죽은 철새의 이야기는 목에 힘을 주면서도 생활고에 시달려 농약을 먹고 죽은 여공의 이야기에는 침묵해야 했던 기자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로부터 서른 해가 더 흐른 대한민국 이명박 정권은 다시 언론을 권력의 나팔수로 만들려고 온갖 비열한 술책을 다 동원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전위부대로 나섰다. 중립성이 생명인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까지 권력의 주구로 전락했다.


 


검찰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알린 MBC 피디수첩에 전담 수사팀까지 꾸려 수사를 하고, 촛불 시위 과정에서 인터넷을 통해 조중동 광고거부 운동을 한 누리꾼들을 구속했다. 법원은 주저 없이 영장을 발부했다.



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법원이 인권 유린의 첨병이 된 해괴한 시대다. 불공정 편파보도를 시정하기 위한 소비자 주권을 불법으로 간주해 출국금지를 하고, 인신을 구속하는 뒤틀린 법치의 파렴치를 우리는 보고 있다.



법은 이제 민주란 말을 입에 올리지 말라. 민이 주인이 아니라, 대통령 1인을 주인으로 섬기기 위해 최고 권력자에 입바른 소리를 하고, 쓴 소리를 하는 모든 입에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의 이목이 베이징 올림픽에 집중돼 있을 때, 대통령은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했다. 감사원은 경영부실을 위법으로 몰았다. 세상 어느 나라에 기업 경영의 실적이 위법과 적법의 판단 기준이 되는 곳이 있는지 들어보지 못했다. 친여 거수기 이사들은 경찰의 방패막 뒤에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정연주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법원은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명백한 위법에 눈을 감았다. 구 방송법에 있던 대통령의 사장 '임면권(任免權)'을 왜 새 방송법은 '임명권(任命權)'으로 개정했을까.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할 일이 없어 심심풀이로 글자 한자를 새로 바꾸었을까. 초등학교 고학년이면 충분히 이해할 초보적 논리가 아닌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면 가려지는가. 지금 이 나라에서는 논리는 찾을 수 없고, 궤변만 살아 날뛰고 있다.


 


권력의 정통성이 허약하거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정권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것이 언론 장악이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가 그랬고, 그 뒤를 이은 전두환, 노태우 군부정권이 그랬다. 집권 초기의 이명박 정부는 촛불민심으로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 여론이 두려워 모든 언론을 권력의 입맛대로 길들이려 하고 있다. 그것은 국가의 민주적 통치에 그만큼 자신감을 잃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저녁 9시 시보가 울리기가 무섭게 '전두환 대통령은…'이라는 멘트로 방송을 시작하던 저 5공 시절의 '땡전뉴스'를 지금 이 정부는 몽매에도 그리워하고 있다. 언로가 썩으면 민의는 죽고, 나라는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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